본문 바로가기

주식회사 경영자가 알아야 할 경영상식

주식회사 경영자가 알아야 할 경영상식 - 수습기간과 해고

4. 수습기간과 해고

 

어느 날 최첨단 인터넷 홈페이지 업체 사장 A씨가 나를 찾아왔다. 위 업체는 내가 정기 자문을 해주는 업체여서 정관 변경, 각종 계약서 검토 등을 꾸준히 해 주고 있었다.

 

“변호사님, 직원을 한명 채용했는데, 기대에 크게 못미칩니다. 수습기간이 끝났는데 고용관계를 종료하고 싶어요. 가능할까요?”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요?”

“변호사님이 아시다 시피 저희 업체는 홈페이지 제작 업체입니다. 갑자기 고급 디자이너가 사직을 해서 급하게 한 사람을 채용했는데요. 실제로 뽑고 보니까 초급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근로 계약서하고 취업규칙을 한번 볼까요”

 

근로계약서는 정말 간단했다. 근무시간, 연봉 등이 써 져 있고, “근무 기간 - 정규직(수습기간 3개월 포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장님께서 직원들을 비정규직으로 뽑지 않으신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난 번에 근로계약서 수정해 드렸잖아요. 왜 제가 고쳐 드린 것 안 쓰시고, 이전 양식을 그대로 쓰셨어요 ”

“예 그러셨지요. 별 문제 없을 줄 알았어요. 지금까지 아무 일 없었으니까.”

 

“계약서에 수습기간 3개월 포함이라고 썼다고 해서 ‘수습기간 내에 일정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정규직으로 채용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에요. 정확히는 시용기간이라는 것인데 설명하자면 복잡합니다.”

“예, 지난 번에도 그렇게 말씀 하셨죠”

 

“새로운 직원 채용 과정을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얼마 전에 저희 업체는 비교적 규모가 큰 업체으로부터 홈페이지를 새로 제작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어요. 시간은 3개월을 줄테니 좋은 홈페이지를 만들어 달라고요. 우리 회사에는 아주 수준 높은 웹 디자이너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회사도 조금씩 알려지기도 했구요. 그런데 그 디자이너가홈페이지 신규제작건이 들어오고 나서 얼마지나지 않아서 회사를 그만 두었어요. 이미 홈페이지 제작 계약은 한 상태인데 고급 디자이너가 없으니 급하게 디자이너를 다시 뽑으려고 한 것이에요. 그래서 인터넷에 구인광고를 했지요.”

 

“구인광고에 구체적인 자격 요건을 써 놓았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면접을 보면서 이것 저것 자세히 물어보았지요. 그리고 제가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지금 우리 회사가 유명 업체의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 이러한 디자인을 원한다. 할 수 있겠느냐. 3개월동안 같이 일해보면서 우리회사에서 요구하는 디자인 작업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이 생기면 계속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하였지요.

“그러한 내용을 적어 놓은 서류는 있나요?”

“없습니다. 제가 말로 자세히 설명을 하였고, 그 친구는 3개월 안에 멋진 홈페이지를 디자인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제가 마음이 급해서 고액 연봉을 제시했어요.”

“3개월 안에 멋진 디자인의 홈페이지를 만들지 못 했나요?”

“ 스스로 문제없다고 자신있다고 말해서 채용하기는 하였지만 실제로 일해보니 저희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 수준을 갖은 사람이 아니었어요.정말 초급 수준이고, 디자인을 너무 못합니다.  우리회사에서 계속 고액 연봉을 지급하면서 같이 일하는 것은 어려워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업무능력을 믿고 높은 직급, 고액 연봉으로 채용하였는데 실제 업무능력이 회사의 기존 직원들보다 못하다보니 직원들의 불만도 많아요.   자기 보다 못한 사람이 상관이 되었다고요. 다른 직원들과 불화도 있었구요.”

 

“수습기간이 종료했다고 회사를 그만두라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 번에도 그렇게 말씀 하셨죠. 그래서 처음부터 근로계약서를 잘 써야 한다구요.”

 

“수습 기간동안(정확히는 시용기간 동안) 어떠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계속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조건 하에 직원을 채용하셨다면 그 조건이 근로계약서 등에 자세히 적혀 있어야 해요. 그 조건이 합리적이어야 하고요. 제가 홈페이지 디자인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만일 사장님이 말씀하시는 그 디자인이 고급 디자이너도 3개월 안에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이었다면 사장님이 그러한 조건을 달았더라고 직원은 계속 근무할 수도  있구요.”

“말씀은 잘 알겠는데, 사람 관계가 그런가요. 사람을 채용하는 단계에서 그렇게 깐깐하게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만일 그 사람이 제가 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저희 회사에도 반드시 필요한 사람인데 제가 초반부터 너무 강요하는 느낌을 줄 수도 있고.”

“그래서 제가 지난 번에 지금 같이 반드시 상대방의 능력을 검증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짧게 기간제 계약서를 일단 쓰시고 이후 정규직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는 방법을 알려 드렸잖아요. 근로 계약서도 만들어 드렸었는데요.”

 

“예,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 직원들은 모두 성실하고 좋은 사람들이었어요. 제가 지금까지 경험을 믿고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생겼네요”

“예, 대부분의 사람은 착하고 성실하지요. 그런데 어떤 사람의 능력을 반드시 검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채용 과정에서 조금 조심하시는 것이 좋아요. 이번 경우에는 예를 들어 3개월 기간제 고용계약서를 우선 작성하고, 3개월 안에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면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계약서를 다시 쓰겠다는 내용으로 협상 하셨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기간제 근로계약서에 3개월 내에 조건이 충족되면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기재하시면 더 좋고요. 그렇게 하시는 것이 사장님 입장에서는 편하실 거에요. 정확히 하려면 취업규칙, 단체 협약도 검토해야 하고 많이 복잡합니다.  제가 알려드리는 방법이 제일 간단할 거에요.”

 

“예,  잘 알겠습니다. 사실 중소기업이 인재난에 시달리다 보니, 제가 성급했던 점도 있어요. 회사 경영이 참 어렵네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교훈: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수습기간이라는 것에는 많은 법률적 쟁점이 숨어 있습니다.

 

시용이란 정식채용(본 채용) 전에 일정기간 동안 정식 근로자로서의 적격성 유무 및 본채용 가부를 판정하기 위한 시험적 사용을 의미합니다.

 

반면 수습기간은 정식채용 이후 근로자의 직업능력에 대한 양성, 교육을 위해 설정된 기간을 의미하며, 이미 정식 채용되었고, 본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적정성 평가가 별도로 예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시용과 구별됩니다.

 

본 장에서 A사장이 수습기간이라고 부른 것은 실은  근로자의 업무능력을 검증해 볼 의도였던 점에서 “시용기간”입니다. 그러나 “시용과 수습은 엄격히 구별되지 않고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판례도 그렇습니다.

 

시용기간, 수습기간 내용은 정말 복잡합니다. 취업규칙, 단체 협약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채용 공고문, 근로계약서 자체도 검토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시용기간을 두고 직원을 채용한 경우에도 해고가 자유롭지 않습니다. 통상의 해고보다는 요건이 조금 완화되어 있으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사항이 복잡하여 잘 이해가 안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정규직 채용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시용기간을 통하여 능력 검증이 필요한 경우에는  3~6개월간의 기간제 근로계약서를 우선 작성하시고,  검증을 통과한 뒤 정규직으로 채용을 하시는 것이 간단하실 것입니다.

 

판례

 

서울고등법원 2009. 4. 15. 2008누29610 판결

사용자가 정식채용을 전제로 하여 근로자를 채용함에 있어 수습기간 등 시용기간을 설정하는 것은 확정적인 근로관계를 맺기에 앞서 당해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이나 업무적격성의 유무 등을 판단하기 위하여 확정적인 근로계약의 체결 여부를 어느 정도 유보하는 것이기는 하나, 이와 같은 경우에도 어디까지나 정식으로 채용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근로계약관계는 성립한 것이므로, 그 시용기간 중이나 기간 경과 후에 정식채용을 거절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해고에 해당한다. 다만 당해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 적격성을 관찰 ‧ 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 ‧ 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 변호사 김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