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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기관의 공적 견해표명과 신뢰보호의 원칙(자문 사례)

법무법인 케이앤피는 최근 기업 자문을 통하여 해당 기업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상당한 금전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자문을 하였습니다. 그 중요한 근거로 행정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을 들었습니다.

 

사안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약속을 믿고 사업을 개시하였으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안이었습니다.

 

법무법인 케이앤피는 신뢰보호의 요건을 검토한 후 해당 사안은 모든 요건을 충족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신뢰보호의 원칙 정의

 

신뢰보호원칙이란, 행정기관이 개인에 대하여 표시한 견해나 시행해 온 관행을 신뢰한 개인의 정당한 신뢰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행정법의 기본원칙을 말합니다. 즉, 행정청의 공적인 견해표명이나 행정관행의 존재로 인해 이를 신뢰한 개인이 어떤 행위를 하였는데, 이후 행정청이 이에 반하는 처분을 하여 그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한 경우, 그 개인의 신뢰이익이 공익보다 크다면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치국가원리에서 파생된 이 원칙은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과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신뢰보호의 원칙 요건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행정법상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요건이 필요합니다.

  1.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해야 함
  2. 행정청의 견해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에 대하여 그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함
  3. 그 개인이 그 견해표명을 신뢰하고 이에 상응하는 어떠한 행위를 해야 함
  4. 행정청이 위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그 견해표명을 신뢰한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어야 함
  5. 위 견해표명에 따른 행정처분을 할 경우 이로 인하여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어야 함

즉, 행정청의 공적 견해표명, 개인의 정당한 신뢰, 신뢰에 기한 행위, 신뢰이익의 침해, 공익 침해 부재 등 5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요건 1: 공적견해 표명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인 '공적 견해표명'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1. 공적 견해표명의 주체

  • 원칙적으로 행정청이어야 하지만, 반드시 행정조직상의 형식적인 권한분장에 구애될 필요는 없음
  • 담당자의 조직상 지위와 임무, 언동을 하게 된 구체적 경위 및 상대방의 신뢰가능성에 비추어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2. 공적 견해표명의 방식

  • 법령, 행정규칙, 처분, 확약, 행정지도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함
  • 명시적일 수도, 묵시적(소극적 언동)일 수도 있음
  • 반드시 특정한 형식을 갖출 필요는 없음

3. 공적 견해표명의 내용

  • 신뢰의 대상이 될 만한 것이어야 함
  • 추상적·일반적인 내용이 아닌 구체성을 갖추어야 함
  • 모호·불명확하거나 조건부여서는 안됨

대법원은 행정청의 발표, 공고, 통지, 회신 등 다양한 경우에 공적 견해표명을 인정하였습니다. 반면 단순한 민원안내, 추상적 의견제시, 법령과 절차에 근거하지 않은 담당자의 언동 등은 공적 견해표명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행정계획의 경우 원칙적으로 공적 견해표명이 인정되기 어려우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경우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될 여지는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처럼 공적 견해표명은 행정조직의 형식보다는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하되, 신뢰의 객체로서 구체성과 명확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로 보입니다.

 

대법원에서 공적 견해표명을 인정한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법원 1997. 9. 12. 선고 96누18380 판결

  • 도시계획구역 내 토지에 종교회관 건축을 위한 토지형질변경허가와 관련하여, 담당 공무원이 관련 법규상 건축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사안
  • 대법원은 토지형질변경이 가능할 것이라는 공적 견해표명이 있었다고 판단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두6127 판결

  •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 고시 후 사업부지에 편입된 토지에 대해 시 도시계획과장 등이 사업완료 후 토지를 환매할 수 있다는 약속을 한 사안
  • 대법원은 토지 환매 약속이 행정청의 공적 견해표명에 해당한다고 판단

 

대법원 1996. 1. 23. 선고 95누13746 판결

  • 의료취약지 병원 설립을 위한 세제혜택과 관련하여, 보건사회부장관이 국세 및 지방세를 비과세하기로 공고하고 내무부장관 등이 이를 확인한 사안
  • 대법원은 비과세 견해에 대해 해당 과세관청의 공적 견해표명으로 판단

위 판결들에서 보듯이, 대법원은 행정청의 명시적·묵시적 언동이 대외적으로 표명되고 그것이 신뢰할 만한 정도의 구체성을 띠는 경우 공적 견해표명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요건 2: 행정청의 견해표명을 신뢰한 것에 귀책사유 없을 것

행정법상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기 위한 두 번째 요건인 "행정청의 견해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에 대하여 그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것은, 개인이 행정청의 견해표명을 신뢰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신뢰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사유가 없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대법원은 귀책사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1두1512 판결 ) .

 

"여기서 말하는 귀책사유라 함은, 행정청 견해표명의 하자가 상대방 등 관계자의 사실은폐나 기타 사위의 방법에 의한 신청행위 등 부정행위에 기인한 것이거나, 그러한 부정행위가 없다고 하더라도 하자가 있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 등을 의미한다."

즉,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인정되는 경우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상대방의 사실은폐, 기망행위, 허위신청 등 부정한 방법으로 행정청의 견해표명을 이끌어 낸 경우
  2. 부정행위는 아니더라도 행정청의 견해표명에 하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

반면, 개인이 행정청을 신뢰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고, 그 신뢰에 따라 행위 한 것이라면 귀책사유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요건은 국민의 적극적인 신뢰보호 요청과 행정의 공정성 사이의 조화를 위한 것으로, 신뢰보호의 전제조건으로서 개인의 정당한 신뢰를 요구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요건 3: 신뢰에 상응한 행위

 

신뢰보호원칙 적용을 위한 세 번째 요건인 "그 개인이 그 견해표명을 신뢰하고 이에 상응하는 어떠한 행위를 해야 한다"는 것은, 행정청의 견해표명을 신뢰한 개인이 그 신뢰에 기초하여 구체적인 행위를 하였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히 행정청의 견해표명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견해표명을 신뢰하여 그에 상응하는 외부적인 행위가 수반되어야 비로소 신뢰이익이 인정될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개인은 행정청의 견해표명을 신뢰하여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하였을 때 이 요건을 충족하게 됩니다.

  1. 재산적 투자, 거래행위 등 경제적 행위
  2. 일정한 자격·면허의 취득, 등록 등 법적 지위 취득을 위한 행위
  3. 영업·사업의 준비, 사업계획의 수립 등 구체적 계획에 따른 행위
  4. 기타 행정청의 견해표명에 기초한 외부적 행위

이처럼 신뢰에 따른 외부적 행위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신뢰보호원칙이 단순히 개인의 기대나 희망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행정청의 견해표명으로 인해 유발된 구체적 신뢰이익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러한 신뢰행위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그 정도는 해당 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밀접불가분한 관계가 존재하는 정도여야 할 것입니다.

 

요건 4: 이익의 침해

 

신뢰보호원칙 적용을 위한 네 번째 요건은 "행정청이 위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그 견해표명을 신뢰한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행정청의 견해표명과 상반되는 처분으로 인해 개인의 신뢰이익이 실제로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즉, 단순히 행정청이 이전과 다른 견해를 밝힌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로 인해 개인이 구체적인 불이익을 입어야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신뢰이익의 침해는 주로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나타납니다.

  1. 경제적 손실 : 투자비용의 손실, 영업이익의 감소 등
  2. 법적 지위의 상실 : 면허·자격·등록의 취소, 권리·이익의 제한 등
  3. 계획·사업의 침해 : 사업계획의 중단, 계약의 해제 등

이러한 신뢰이익의 침해는 행정청의 새로운 처분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개인이 견해표명을 신뢰하지 않았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손해여야 합니다.

또한 이 요건은 신뢰보호원칙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 행정청의 견해변경이 개인에게 단순한 기대위반이 아닌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하는 경우에 한해 신뢰보호가 문제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만약 행정청의 새로운 처분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기존 신뢰이익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 요건은 충족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요건 5: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없을 것

신뢰보호원칙 적용을 위한 마지막 요건은 "위 견해표명에 따른 행정처분을 할 경우 이로 인하여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개인의 신뢰이익 보호와 공익 및 타인의 이익 보호 사이의 형량을 요구하는 것으로, 개인의 신뢰이익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행정처분이 공익이나 제3자의 이익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면 신뢰보호가 제한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여기서의 '공익'이란 행정목적 달성, 법령 준수, 질서 유지 등 국가와 사회 전체의 이익을 말하고,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이란 해당 처분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다른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의미합니다.

판례는 구체적 사안에서 신뢰보호에 따른 처분으로 인해 침해되는 공익과 제3자의 이익이 '현저한' 경우에는 신뢰보호가 제한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현저한'의 의미는 단순히 공익 등의 침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개인의 신뢰이익을 압도할 정도로 중대하고 명백한 침해가 예상되어야 함을 뜻합니다.

이러한 이익형량의 요건은 신뢰보호원칙이 공익에 대한 고려 없이 절대적·무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신뢰보호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더 큰 공익이 훼손되거나 다른 국민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구체적 사안에서 신뢰이익의 성격과 정도, 공익 및 제3자 이익의 성격과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교량하여, 신뢰이익 보호의 필요성이 공익 등의 침해 가능성을 상회하는 경우에 한해 신뢰보호를 인정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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