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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경영자가 알아야 할 경영상식

주식회사 경영자가 알아야 할 경영상식(변호사 김태진) - 직원의 경쟁사 이직

 

6. 직원이 경쟁사로 이직을 했습니다.(경업 금지, 전직금지의무)

 

외국에서 가정용품을 구입하여 판매하고 있는 회사의 사장 A씨가 어느 날 나를 찾아왔다.

 

“변호사님 저희 직원이 경쟁회사로 이직을 했습니다. 제가 직원하고 처음 입사 계약을 할 때  서약서를 작성했습니다. 저희 회사 퇴직 후 5년 이내에 경쟁 업체에 취직을 하면 손해를 배상한다는 내용이지요.”

“사장님이 직원과 작성한 경업금지 서약서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아니 문제가 있다니요? 당사자 사이에 계약을 했으면 그것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우선 퇴사 후 경쟁업체에 취직하면 안된다는 제한을 두려면 그 직원이 회사의 영업비밀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직원이 경쟁사로 가는 것이 곧 회사의 영업비밀이 경쟁사로 이전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지는 경우에 동종 업체 취업 금지가 적용되는 것입니다. 그 직원은 사장님 회사의 어떤 영업비밀을 알고 있는 것인가요?”

“저희 회사는 수입상으로 이태리의 유명한 스탠드를 수입하지요. 디자인이 정말 멋져요.  그 친구는 영업사원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저희가 수입한 스탠드를 백화점이나 고급 가전제품 판매점에 입점시키는 일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친구는 고급 스탠드를 판매하는 업체들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저희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독일 스탠드를 수입하는 업체로 이직을 했습니다. 그 수입업체는 신생 업체로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였지요. 그 친구가 경쟁업체로 취직해서 이전 우리 회사의 거래처를 상대로 영업을 한다면 저는 거래처를 잃게 됩니다.”

 

“사장님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퇴직한 직원에게 경업금지 서약서에 따라 손해배상 을 청구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 왜 그렇지요?”

“근로자들이 다른 업체로 직장을 옮기는 것은 함부로 제한할 수 없어요. 직업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보니 여러가지 조건이 붙어요. 그 중에 제1 조건은 그 직원이 회사의 영업 비밀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저희 거래처의 연락처를 알고 있는데 그것은 영업 비밀이 아닌가요?”

“영업 비밀이라고는 볼 수 없지요. 영업비밀이 되려면 여러 가지 요건이 필요해요.”

 

나는 영업비밀에 대하여 A씨에게 자세히 설명하였다.(영업비밀에 대하여는 5장을 참조)

 

“두 번째 문제로는 전직 금직기간이 너무 길어요. 5년 정도 되면 사장님이 5년동안 생계를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생계를 보장해 주지 않으면서 경쟁업체로 취직하지 못하게 하려면 1년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가요? 다들 그렇게 하던데. 다 잘못하고 있는 것이군요.”

 

“마지막으로 서약서에 ‘손해를 배상한다.’라고 하였는데 사장님은 얼마의 손해를 입으셨지요?”

“손해가 크기는 할텐데 막상그걸 돈으로 계산하려니 선뜻 얼마라고 답하기가 어렵네요.”

“그러면 소송을 하기 어렵습니다. 손해의 액수가 구체화 되지 않으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할 수 없어요.”

 

“그럼 경업금지 서약서란 쓸모가 없는 것인가요?”

“경업금지 서약서는 유용합니다.

 

우선 영업비밀을 가지고 있는 회사여야 합니다.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든지 특수한 경영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회사여야 하지요. 그리고  겸직금지의무 기간은 그 비밀의 성격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번 예를 들어볼께요.

 

핸드폰 카메라 렌즈를 만드는 어떠한 회사가 있다고 가정을 해 보겠습니다. 그 회사는 나름의 연구소를 갖추고 오랜 시간 많은 비용을 들여 성능 좋은 카메라 렌즈를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렌즈 만드는 기술은 그 회사의 영업비밀입니다.

 

렌즈 만드는 기술을 알고 있는 직원과 회사가 경쟁업체로의 전직 금지 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서약서를 작성한다고 하면 1) 기간은 1년 정도가 적당하고, 2) ‘손해를 배상한다.’는 문구보다는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000원을 배상하는 외에 위약벌로 000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서약서에 넣는 것이 좋겠네요.”

 

“1년은 너무 짧지 않나요?”

“경업금지기간을 정하는 기준은 다른 업체가 그 영업비밀의 기술력을 따라오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기술 속도가 빠른 핸드폰 업체에서는 1년전 기술은 구식이 됩니다. 다른 업체가 우리 업체의 기술을 따라올 수 있는 기간 이상으로 직업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지요. 그리고 장기간 전직금지 의무를 제한해 놓으면 생계를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그 직원 그냥 굶어 죽으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손해를 배상한다라는 문구만으로는 부족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법에서는 손해 배상 청구를 하려면 구체적인 증거와 계산식을 이용하여 정확히 얼마의 손해를 입었는지를 증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직원이 경쟁업체로 이전해 버린 경우   

도대체 내가 얼마의 손해를 입었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손해배상의 예정이라는 것을 하는 것이에요. 손해배상액을 정확히 계산할 수 없으니 손해가 나면 배상액을 얼마로 하자.”고 미리 약속해 놓는 것이지요.

 

“손해배상과 별도로 위약벌을 지급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손해배상의 예정은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손해가 났을 때 그 금액을 미리 약정해 놓는 것이에요. 위약벌이라는 것은 손해가 났는지와 관계없이 약속을 위반하였다는 사실 자체로 지급하는 돈이에요. 손해배상의 예정 같은 경우 손해배상 의무자가 실제 손해는 예정 금액보다 훨씬 적다고 주장하고, 실제 손해가 작음을 입증하면 감액이 됩니다. 그런데 위약벌은 감액이 안됩니다.”

 

“손해배상의 예정과 위약벌 두개를 다 넣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그럴 경우에는 ‘위약벌로 000원을 지급한다. 단 위 위약벌은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기재하면 됩니다. 이런 문구가 없이 그냥 ‘00원을 지급한다.’ 또는 ‘위약벌로 00원을 급한다.’고 서약서를 쓰면 법원은 위 금액을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보고, 감액할 수도 있습니다.”

 

“영업비밀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말 중요한 자료가 있을 수도 있지 않나요?”

“그럴 경우에는 외부에 누설되어서는 안되는 회사 정보를 리스트로 만들고, ‘위 자료는 영업비밀인지 여부와 관계 없이 외부로 누설하면 안되고 누설하면 손해배상 책임 또는 위약벌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하면 됩니다.”

 

“만일 퇴직한 직원이 경업금지기간 내에 다른 업체에 취직을 하려고 하면 어떻게 하지요?”

“전직금지 가처분을 하면 됩니다. 우리가 보호받아야 할 영업비밀이 있고, 합리적인 경업금지 서약서가 작성된 경우 예방적 차원에서 직원과 직원을 채용하려는 경쟁회사를 상대로 법원에 전직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교훈:

 

경업금지 약정(전직 금지 약정)은 회사 차원에서 중요한 영업비밀을 위한 보호 수단입니다. 반면 직원의 입장에서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퇴직후 동종 또는 경쟁업체에 일정기간 취직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경업금지 서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회사의 영업비밀 보호의 필요성과 직원의 직업선택의 자유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균형점에 대하여 판례는 여러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것.

 

영업비밀이 존재하지 않는 회사의 직원이거나 영업비밀을 다루지 않는 직원에게는 경업금지의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만일 영업비밀로 인정받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정보가 있다면 이를 리스트로 만들어 “위 리스트에 있는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면 손해배상을 하거나 위약벌을 지급한다.” 등의 문구를 만들면 됩니다.

 

  1. 제한 기간이 합리적일 것.

 

변화의 속도가 아주 빠른 IT업계에서는 경업금지기간이 짧고, 기술의 발전 속도가 조금 느린 영역은 경업 금지기간을 조금 길게 잡을 수 있습니다. 일률적으로 기간을 정하기는 어렵지만 1년 정도의 경업금지기간을 정하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년 이상의 기간을 경업금지기간으로 잡을 때에는 생계가 보장되도록 지원금 등을 주어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영업비밀 보호기간과 경업금지 기간을 달리 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퇴사를 하면서 경업금지의무기간은 1년으로 하되 지득한 영업비밀은 3년동안 사용할 수 없다고 하는 식입니다.

 

  1. 손해배상의 예정 또는 위약벌의 약정을 할 것

 

또한 손해배상의 예정이나 위약벌 등으로 경업금지 약정을 어겼을 때 정액으로 돈을 받는다는 약정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약정이 없으면 “내가 얼마의 손해를 입었는지”를 입증하지 못하여 실제로는 보상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법령 및 판례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1]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

 

[2] 근로자 甲이 乙 회사를 퇴사한 후 그와 경쟁관계에 있는 중개무역회사를 설립·운영하자 乙 회사 측이 경업금지약정 위반을 이유로 하여 甲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甲이 고용기간 중에 습득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 등을 사용하여 영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는 이미 동종업계 전반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설령 일부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입수하는데 그다지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乙 회사가 다른 업체의 진입을 막고 거래를 독점할 권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며 그러한 거래처와의 신뢰관계는 무역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측면이 강하므로 경업금지약정에 의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그 보호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경업금지약정이 甲의 이러한 영업행위까지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근로자인 甲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되어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

 

  • 위 판례에서는 회사가 직원의 생계를 보장하는 조치 없이 경업금지기간을 2년으로 한 것은 지나치게 긴 기간 직업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어서 경업금지약정은 무료하고 판단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