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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기타

나쁜 사람은 범죄자인가?

- 변호사 김태진

 

나쁜 사람은 범죄자인가?

 

낙지살인사건을 수사단계에서부터 대법원까지 담당하며 느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언론에 보도된 김씨의 행동을 보고 김씨가 보험금을 노린 살인을 저질렀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전과 내지는 나쁜 행실이 우리가 결론을 내리는 데 있어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언론 보도가 정확하지 않았음은 추후에 설명하겠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선입견이 오판의 위험성을 얼마나 높이는 지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잘못된 유죄 확정 판결에 의한 억울한 희생자를 구조하기 위한 Innocence Project가 있다. 위의 이 프로젝트는 DNA 검사를 통해 판결이 잘못되었음을 입증하고, 유죄 확정된 피고인들이 실은 죄가 없음을 밝혀 석방을 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DNA검사를 통해 피고인들을 구제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 범위는 지극히 한정적이다. 성폭력 범죄에서 피해자가 범인으로 지목하여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 중 피해자의 체내나 사건 현장에서 범인의 DNA를 발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판결 당시는 DNA 분석을 통하여 동일인을 판명하는 기술이 없었으나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이전 판결에 대하여 새로이 DNA 분석을 통해 억울한 판결을 받은 사람을 구제해 주는 것이다.

 

 1989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에 의해 실제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인정된 사람은 현재까지 317명이었다.

 

 이 중 흑인은 199, 백인이 94, 라틴 계열이 22, 아시아 계열이 2명이었다.

 

흑인의 경우 오판의 확률이 월등히 높다. 미국에서 전체 인구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14. 2.퍼센트라고 한다. 그렇다면 흑인에 대한 오판율도 14. 2%에 그쳐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흑인에 대한 오판율은 63%에 달한다.

 

 위 통계는 흑인의 사회적 지휘, 인식이 오판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 잘 보여준다.

 

위 통계에서 흑인에 대한 오판 사례는 흑인A가 실제 범인임에도 흑인 B가 범인으로 지목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백인이 실제 범인임에도 흑인이 잘못 지목된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범인 흑인 A대신 흑인 B가 범인으로 잘못 지목된 경우를 생각해 보자. 또한 진범인 백인 X대신 백인 Y가 잘못 범인으로 잘못 지목된 경우도 생각해 보자.

 

 진범인 A, X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수사기관, 판사, 배심원들은 B, Y가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심리하게 되면 B Y보다 유죄를 받을 확률이 월등히 높다. 그 이유는 B가 흑인이고, B의 학력, 사회적 지위가 낮기 때문에 A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에 B만을 바라보면 선입견이 영향을 끼쳐 B를 범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Y의 경우는 사회적 편견이 B보다 덜하기 때문에 Y의 주장을 보다 더 경청하고 Y가 범죄자가 아님을 입증하기 위하여 제출한 증거들을 열린 마음으로 보아 줄 것이며, Y가 범죄자임을 입증하는 제반 증거들을 더욱 엄격히 심사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인 Y는 흑인 B보다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이다.

 

우리 사건에서 질식 사건이 일어난 현장의 증거들이 모두 동일하고 다만 김씨가 평소 착하고, 성실하며, 고등교욱을 받고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자. 김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살인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김씨는 기소되지도 않았을 것이며 설령 기소되었다 하더라도 1심에서 무기징역 선고받을 가능성은 아주 낮을 것이다.

  

나는 김씨에 대한 선입견이 이 수사단계나 1심단계의 판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선입견이 진실 발견을 어렵게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려면  피고인의 행실을 보지 말고, 질식 현장의 증거에 집중해야 한다. 나쁜사람 =살인자라는 공식은 인정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