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업

민법 제150조 제1항이 정한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의 의미

인천 송도 법무법인 케이앤피

변호사 김태진

 

최근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2022. 12. 29. 2022다266645사건에서 민법 제150조 제1항이 정한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란 사회통념상 일방 당사자의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면 조건이 성취되었을 것으로 볼 수 있음에도 방해행위로 인하여 조건이 성취되지 못한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도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설명

민법 제150조 제1항은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조건 성취를 방해한 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문제가 됩니다. 

 

대상 사건은 이해하기가 다소 어려움으로, 다른 사례를 들어 설명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실제 사례는 아래에서 다시 설명드리겠습니다.

 

A는 컨설팅을 해 주는 사람으로서 B회사가 경쟁 프리젠테이션에서 승리하여 대기업으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 것을 도와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B가 프로젝트를 받으면 성공보수를 받기로 했습니다.

 

대기업은 프리젠테이션에서 최종 1인으로 선정되더라도, 선정된 회사가 특정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 확인된 경우, 프로젝트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공고하였습니다.

 

B회사는 1차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최종 2인에 선정되었고,  2차 프리젠테이션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B회사는 2차 프리젠테이션에 고의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한편 2차 프리젠테이션에 B와 함께 선정되었던 다른 경쟁업체는 대기업이 요구하는 자격이 없는 업체임이 밝혀저 프로젝트를 수주하지 못하였습니다.

 

 A는 "만일 B가 최종 프리젠테이션에 나갔으면, B는 프로젝트를 수주하였을 것이고, 그렇다면 나는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다. B가 조건 성취를 방해한 것이니 나는 성공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우 1)

B회사가 대기업이 요구하는 특정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B회사가 최종 프리젠테이션에 나갔다면 B회사는 대기업으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하였을 것이고, A는 성공보수를 받았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A는 B가 조건성취를 방해하였고, 이러한 방해가 없더라면 조건이 성취될 개연성이 있으므로 B가 실제 프로젝트를 수주받지 못하였더라도 민법 제150조에 의하여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경우 2)

B회사가 대기업이 요구하는 특정 기술에 상당히 못미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B가 최종 프리젠테이션에 나가서 최종 우승자가 되든, 2위에 머물든 상관 없이 B는 대기업으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습니다.

 

이러한 경우 A는 B가 조건성취를 방해하지 않았더라도, 조건이 성취될 개연성이 없으므로, 성공보수를 받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실제 대상 사건

1. 사안의 개요

  • 피고 회사는 2006. 2.경 설립되어 전자제품 입력장치에 관한 특허를 활용한 전자제품 등을 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였음
  • 원고는 2007. 1.경 피고 회사에 1,000만 원 등을 투자하면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지적재산권을 통한 매출 발생시(이하 ’이 사건 조건‘)마다 수익금 중 10%를 원고의 투자금 원금을 포함한 5배의 금액이 될 때까지 상환한다’는 투자협정(이하 ‘이 사건 투자협정’)을 체결하였음
  • 한편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甲은 ‘2009. 5.경부터 2010. 8.경까지 피고 회사의 제품설명회 등에서 다수 유통대리점주들을 기망하여 제품 선급금 등을 편취하였다’는 등의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되어 형사처벌을 받았음
  • 그 후 원고는 피고 회사를 상대로 ‘피고 회사는 애초부터 정상적으로 사업을 수행하여 매출을 올릴 의사가 없었고, 위와 같은 사정은 피고 회사가 신의칙에 반하여 조건성취를 방해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투자협정에서 정한 조건이 성취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투자금의 5배에 해당하는 약정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함

2. 소송의 경과

제1심: 원고 패: 이 사건 투자협정에서 정한 조건(피고 회사의 매출 발생)이 성취되지 않았음

 

제2심: 원고의 원심에서의 추가 주장 : 방해행위로 인한 조건의 성취 의제 

  • 원심: 원고 일부 승(투자금 1,000만 원의 5배인 5,000만 원 약정금 청구 부분은 전부 인용, 나머지 청구 부분 기각)
  •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투자협정에서 약정한 매출 발생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등 처음부터 조건을 성취할 의사가 없었다고 보이므로, 이는 신의칙에 반하여 이 사건 조건의 성취를 부당하게 방해한 경우에 해당함
  • 따라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조건의 성취가 의제되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이 사건 투자협정에 따라 투자금 1,000만의 5배인 5,000만 원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음

3. 대법원의 판단

  • 피고 회사가 처음부터 조건을 성취시킬 의사가 없어 이를 신의칙상 조건성취 방해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하더라도, 애초부터 피고 회사의 매출 발생이라는 조건이 성취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에는 조건의 성취가 의제된다고 볼 수 없다
  • 민법 제150조 제1항은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정함으로써, 조건이 성취되었더라면 원래 존재했어야 하는 상태를 일방 당사자의 부당한 개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음.
  • 이 조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법질서의 기본원리가 발현된 것으로서(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2757 판결 참조), 누구도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태를 통해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을 포함하고 있음(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23054 판결 참조).
  • 다만, 일방 당사자의 신의성실에 반하는 방해행위 등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의해 상대방이 발생할 것으로 희망했던 결과까지 의제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란, 사회통념상 일방 당사자의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면 조건이 성취되었을 것으로 볼 수 있음에도 방해행위로 인하여 조건이 성취되지 못한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도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님
  • 만일 위와 같이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도 조건의 성취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까지 방해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조건의 성취를 의제한다면, 단지 일방 당사자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상대방에게 조건성취의 법적효과를 인정하게 되는데, 이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공평·타당한 이익 이상의 초과 이득(부당한 이득)을 얻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문제가 있음
  • 일방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는지 여부는, 당사자들이 조건부 법률행위 등을 하게 된 경위나 의사, 조건부 법률행위의 목적과 내용, 방해행위의 태양, 해당 조건의 성취가능성 및 방해행위가 조건의 성취에 미친 영향, 조건의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의 존재 여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함
  • 이 사건에서 처음부터 이 사건 조건인 위 매출을 발생시킬 의사 없이 원고로부터 투자금을 지급받는 등 피고 회사의 행위를 신의칙에 반하는 방해행위와 같은 것으로 평가할 여지는 있더라도, 이 사건의 제반사정상 피고 회사가 본래부터 매출 발생이라는 조건을 성취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방해행위만으로 조건성취가 의제된다고 인정하기는 어려움

법무법인 케이앤피 바로가기